coc 7th fanmade scenario

KPC 에이미 그레이엄　PC 세드릭 블레이크

세드릭은 눈을 뜹니다. 낯선 천장입니다.

창밖으로는 비가 내리고 있습니다.

주변을 둘러보면 어렵지 않게 자신이 도시 외곽에 위치한 큰 병원의 1인실에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습니다. 아마 몇 번 문안을 오거나, 하다 못해 이름이라도 들어봤을 거예요.

온갖 클리셰들과 달리 내가 누구인지, 이 곳은 어디인지, 최근의 행적까지도 기억이 납니다.

다만 그 최근의 행적이라는 게…

헤드라이트의 불빛, 귀를 찌르는 클락션 소리, 꼼짝도 하지 않던 다리…

그래요. 세드릭 블레이크는 차사고를 당했었지요.

몸을 일으켜보면 조금 뻐근할 뿐 큰 불편함은 느껴지지 않겠습니다.

이대로 퇴원 수속을 밟아도 되겠는걸요! 다만 작은 문제가 하나 있습니다.

당신을 깨운 것이 한 여자의 목소리였다는 것이죠.

그리고 그녀는 당신의 맞은 편 침대 위로 펄쩍 뛰어올라가 춤을 춥니다.

그리고는 노래하듯이 말을… 아니, 말하듯이 노래합니다. 이 사람은 간호사가 아닌가요?

간호사는 얼굴 가득 미소를 띄우고 당신이 깨어났다는 사실을 진심을 다해 기뻐합니다.

당신을 만났다는 것, 혹은 오늘도 아침이 찾아왔다는 것, 혹은 자신이 간호사라는 사실을 기뻐하고 있는지도 모르지요.

중요한 건 그녀의 기쁨에는 한 점의 그늘도 없다는 것입니다

세드릭은 간호사의 리드미컬한 발소리와 함께 침대에 누운 채로 복도를 달립니다.

의문이 채 가시기도 전에 세드릭과 간호사는 병원의 로비에 도착합니다.

병원의 로비에 도착하면 그곳에서는 환자와 병원 관계자, 그리고 문병객들로 이루어진 엄청난 무도회가 열리고 있습니다.

정확하고 화려한 군무에 오싹한 기분마저 듭니다.

게다가 절대로 안정을 취해야 할 것처럼 보이는 중환자들도 애써가면서 춤을 계속 추고 있는걸요!

무수히 많은 팔들이 같은 방향을 향해 파도처럼 움직입니다.

발들이 탁, 타닥, 바닥을 디딜 때마다 우득, 우드득, 하며 끔찍한 소리가 섞입니다.

순간 세드릭은 군무에 섞여 하나가 되고 싶다는 강렬한 충동을 느낍니다.

하지만 아직은 참을만 합니다.

세드릭은 슬쩍 침대에서 내려와 병원밖으로 나가려고 합니다.

어라? 문 틈에 끼어진 쪽지를 발견합니다.

내용은 다음과 같습니다.

[춤을 추고 싶지 않으신 분 … 자조 마트로 와주세요.]

세드릭은 자조마트가 병원 인근에 있는 대형마트라는 사실을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가는 길은 가물가물한데…

문을 열면, 장대비가 내리고 있습니다. 이 상황은…

첨벙!

물이 세드릭을 향해 튑니다.

우산도 없이 물웅덩이 속에서 첨벙대는 사람들이 다수 보입니다.

이들 역시 춤을 추며 노래를 하고 있다는 사실은 머지 않아 자명해집니다. 사람들의 얼굴은 하나같이 사랑에 빠진 듯 열에 들떠 보입니다.

무엇이 이들을 이렇게 만든 걸까요?

간호사는 머리에 쓴 캡을 세드릭를 향해 던지며 의료용 지팡이와 함께 현란한 발 스텝을 보여줍니다.

1 라운드

무슨 짓이야!!!!

당신은 다가오는 간호사의 팔을 내팽개치고 자조마트로 곧장 향합니다.

간호사를 따돌린 세드릭은 무언가 이상하다는 것을 깨닫습니다.

세드릭이 걷는 익숙한 길이 어느새 노란 벽돌 길로 바뀌어 있다는 것을요.

저 멀리 에펠탑이 보인다는 것을 눈치챕니다.

. 이 곳이 프랑스 파리가 아님은 세드릭, 자신이 가장 잘 알고 있을 것입니다.

눈을 돌리면 어느새 탑은 사라져있습니다.

세드릭은 점점 스스로의 상태에 공포를 품기 시작합니다.

귓가에서 노랫소리가 들려옵니다.

노란 벽돌 길을 따라간다면, 길은 어느새 강변에 다다릅니다.

빗방울에 일렁이는 별빛이 물 위에 아른거리고, 쪽빛 공기가 흐르는 낭만적인 광경이네요.

이 곳에서도 수 많은 커플들이 쌍을 지어 춤을 추고 있습니다. 색색깔의 우산이 접혔다, 펼쳐지는 광경은 황홀하기까지 합니다.

춤추는 사람들에게서 잠깐 눈을 떼자, 강변 위로 드리운 다리 너머로 자조마트가 흐릿하게 보입니다.

그리고 붉은 우산을 든 사람이 아주 익숙한 얼굴을 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됩니다.

어라? 무언가 세드릭의 어깨에 묵직한 것이 내려앉습니다.

세드릭의 어깨에 내려앉은 것은 알락해오라기입니다.

이 새는 세드릭의 어깨에 붉은 천을 둘러줍니다.

알락해오라기의 울음소리에 맞춰 사람들이 화음을 넣습니다.

세드릭의 반대편 어깨에 또다시 무언가 올라옵니다.

이건… 다람쥐?

쬐끄만 다람쥐가 당신에게 도토리를 건네네요.

도토리는 평범한 도토리입니다.

심지어 살짝 썩어있네요.

그리고 당신 발치에는 토끼가 꼬이고 있습니다.

이상한 일입니다.

붉은 망토를 두른 이후로… 당신은 정말 디즈니 프린세스가 된 것 마냥 동물들이 들러붙기 시작했습니다.

의문을 가지는 세드릭에게 이제는 사슴이 겅중겅중 뛰어옵니다.

캥거루와 코끼리가 그 뒤를 잇고 있네요!

대열의 마지막은 백마를 탄 왕자(추정)입니다.

저들에게 붙잡히면 손이 잡히는 정도로는 끝나지 않을 것 같다는 불길한 예감이 엄습합니다.

그렇게 도망쳐 나오면 어느새 마트에 도착합니다.

겉으로 보는 마트는 평범합니다.

자조마트 내부는 의외로 평범합니다.

어째서 이걸 못 봤을까요? 카운터 뒤의 문에 대문짝만한 글씨로 무언가 붙어있습니다.

리듬감…?

코끼리를 생각하지 말라는 말을 들으면 코끼리부터 떠오르는 것처럼, 당신 안에서도 리듬감이 끓어오릅니다.

잠깐의 정적 이후, 사무실의 문이 열립니다.

세드릭은 곧 두 다리에 깁스를 한 채 휠체어에 앉아있는 에이미와 조우합니다.

에이미는 노래를 부르지도, 춤을 추지도 않고 아주 무난하고 평이한 어조로, 지극히 평범하게 당신을 반깁니다!

이 얼마만에 보는 멀쩡한 사람인가요!

그때, 사무실에서 또다른 노크 소리가 들려옵니다.

덩 기덕 쿵 더러러러

쿵 기덕 쿵 더러러러

수 많은 손이 굿거리장단으로 사무실의 문을 덩, 쿵, 두드리고 있습니다.

덜컹,

문 손잡이에서 불길한 소리가 납니다.

이 와중에도 노크소리는 계속되고 있습니다.

휠체어에 탄 에이미와 세드릭이 주차장으로 내려오면, 수많은 차들이 있습니다.

차키와 함께 방치된 차를 발견할 수 있습니다.

트렁크에 넣으려고 해도 자꾸 문이 제대로 닫히지 않습니다.

곧, 가까이서 들리는 탭댄스 소리에 결국 휠체어는 내버려두고 우선 출발하기로 합니다.

그렇게 얼마나 이동했을까요.

저 너머에 안녕히, 자조시티. 라는 팻말이 보입니다.

그리고 그 앞으로 오색빛깔의 차들이 줄줄이 늘어서 방치되어 있습니다.

차 위로 사람들이 올라가 춤을 춥니다.

이 정도는 이제 익숙하다고 생각할 무렵…

꽉 막힌 도로때문에 차에 타고 있던 세드릭과 에이미는 여기선 내려서 걸어갈 수밖에 없을 거 같습니다.

세드릭이 에이미를 도우려는데 유독 이상한 사람 한 명이 눈에 들어옵니다.

그는 어딘가 괴로운 것처럼 차 천장이 무너질 정도로 격렬한 탭댄스를 추더니…… 이쪽을 바라봅니다.

그의 눈은 뒤집혀 있으며 입에서는 침을 흘리고 있습니다. 그리고 짐승마냥 으르렁거리는 소리를 냅니다.

그가 노리는 것은 에이미임을 알 수 있습니다. 그는 이곳을 향해 달려듭니다.

죽음을 노래하는 소리와 함께 전투가 시작됩니다.

세드릭이 에이미를 들고 뛰면 주변에서는 좀비와의 전투를 부추기는 노래를 부르기 시작합니다.

주변의 노랫소리들에도 꿋꿋하게 뛰어 도시를 벗어나려고 합니다.

하지만 곧, 이들과 같은 증상을 보이는 나 역시 최후에는 에이미를 공격했던 것과 같은 상태, 즉 좀비가 되어버릴 것이라고.

자신이 죽음을, 아니 죽음보다 더한 상태를 목전에 둔 세드릭에게 광기라는 말 외엔 달리 표현할 수 없는 강렬한 충동이 날아듭니다.

“ 키 스 하 고 싶 다 ”

에이미의 입술을 갈취하고 싶어만 집니다.

세드릭은 에이미를 향한 격정적인, 폭풍같은 낭만적 감정에 휩쓸려버렸습니다.

퍼뜩,

다음과 같은 생각이 듭니다.

이건 좀… 그렇지 않나?

여기까지는? 좀? 충동은 여전히 남아있지만,

이성이라는 것이 아직 제대로 일을 할 수 있는 상태였던 것이지요.

세드릭의 이성은 머릿 속의 열기를 이겨냈습니다!

키스라뇨, 무슨 뚱딴지같은 생각이었을까요!

이 이상 분위기를 망치지 않게 조심합시다. 세드릭의 눈에 보이는 것은 여전히 노란 블록 뿐이기에 에이미는 없어서는 안될 존재입니다.

그는 당신의 토토가 되어줄 거예요, 어쩌면 당신이 에이미의 토토일지도 모르지요.

둘은 그렇게 이 도시를 벗어납니다.

앞으로 무슨 일이 일어날 지 알 수는 없지만, 괜찮을 거예요. 아마도…

[Normal Ending]

PC 일단 생환, KPC 생환.

세드릭은 여전히 바이러스에 감염된 상태입니다. 약 6일 후면 자연스럽게 좀비가 되어버릴지도 모릅니다. 다만 그 기간 안에 에이미의 도움을 받게 될 수 있을지도 모르지요. 모든 것은 두 사람이 하기 나름입니다.